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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성과평가, 이제는 ‘어제의 나’와 비교해야 할 때
이 글의 핵심 한눈에 보기
- 20여 년간 기업의 주류였던 상대평가는 협업을 해치고 불만을 키웠습니다.
- 절대평가·비등급 평가로 바뀌어도 순위와 비교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 직원 대부분은 스스로를 ‘중간 이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간 이하 평가는 쉽게 분노로 이어집니다.
- 평가의 기준은 동료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가 되어야 합니다.
- 직원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평가는 곧 조직의 지속 성장으로 연결됩니다.
왜 요즘 성과평가가 더 많은 부작용을 낳을까?
요즘 많은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성과평가 시즌만 되면 조직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 그래서 각종 HR 컨퍼런스와 사내 TF에서는 새로운 평가 제도를 찾느라 분주합니다. 상대평가의 폐해가 쌓이고, 구성원의 기대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잭 웰치가 GE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인 이후, 상대평가는 약 20여 년 동안 기업 성과관리의 사실상 표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상위 몇 퍼센트는 보상, 하위 몇 퍼센트는 퇴출이라는 공식은 한때 ‘성과 중심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방식은 여러 부작용을 드러냈습니다. 협업보다는 개인 경쟁이 과열되고, 동료는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아니라 내 성과를 갉아먹는 경쟁자로 느껴지기 시작한 거죠.
평가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유행이 지나서’가 아니라, 조직과 사람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부작용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상대평가 이후, 절대평가·비등급 평가가 등장한 이유
상대평가의 한계를 인지한 많은 기업이 절대평가나 비등급 평가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서열을 줄이자”, “등급 대신 피드백 중심으로 가자”라는 취지입니다.
절대평가, 비등급 평가… 그런데 왜 아직도 불만일까?
제도 이름은 바뀌었는데, 직원들 입장에서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평가를 완전히 없애지 않는 이상, 조직은 어딘가에서 결국 ‘순위를 매기기’ 때문입니다.
보상, 승진, 승격, 인재 선발… 이런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누군가와 누군가를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표면적으로는 “우리는 등급이 없어요”라고 말해도, 구성원들은 압니다. “결국 누가 더 잘했다고 보는지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요.
이름만 바꾼 평가 방식은 오히려 구성원에게 “겉과 속이 다르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진짜 변화는 비교의 기준이 바뀔 때 시작됩니다.
카카오처럼 평가를 없애지 않는 한, 비교는 계속된다
일부 기업, 예를 들어 카카오처럼 성과평가를 아예 없애는 실험을 한 사례가 등장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아예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도전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은 카카오처럼 평가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성과에 따라 보상과 기회를 나눠야 하고,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많은 조직은 이렇게 머무르게 됩니다.
- 형식은 절대평가,
- 겉으로는 비등급 평가,
-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상대 순위와 비교에 의존하는 구조.
이 상황에서 직원들이 체감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결국 남과 비교해서 나를 재단한다는 건 똑같네.”
직원 대부분은 ‘나는 최소한 중간은 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중요한 심리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대다수의 임직원은 스스로를 ‘최소한 중간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 이하 평가를 받을 때마다 분노가 쌓이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평가 결과가 나왔을 때, ‘중간 이하’ 평가를 받은 직원의 마음은 어떨까요?
- “내가 그렇게 못했나?”
- “내가 저 사람보다 못해?”
- “평가 기준이 도대체 뭐야?”
이 질문은 곧 평가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윗사람이 나를 제대로 알고 있나?”, “정말 일을 보고 평가한 걸까?” 같은 의심이 생기면서, 조직과 리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평가 시즌이 끝난 뒤 “내가 열심히 해서 뭐하나”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한다면, 이미 평가 제도가 동기부여가 아니라 분노의 기제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고성과자도 종종 좌절하는 평가의 아이러니
흥미로운 건, 소수의 고성과자조차도 좌절을 자주 경험한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면 회사에서 나 꽤 인정해 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보상 차이는 생각보다 미미합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 “이 정도 성과를 내도 이만큼밖에 안 주네?”
- “굳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이유가 있을까?”
결국 상대평가는 평균적인 직원에게는 좌절과 분노를, 고성과자에게는 허탈함과 이탈 의지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모두가 손해 보는 게임이 되는 셈이죠.
비교의 기준점은 ‘어제의 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들어온 한 문장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평가의 비교 기준점은 어제의 나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닙니다. 실제로 사람에게 가장 건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자녀 교육에서 이미 배운 원칙
우리가 자녀를 키울 때, 교육전문가에게 수도 없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세요.”
- “비교, 즉 상대평가는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아이를 옆집 누구, 반 친구 누구와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요? 잠시 긴장하고 더 노력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열등감, 왜곡된 자존감, 부모에 대한 거리감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좋은 부모의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 “어제의 너보다 오늘 나아진 게 뭐야?”
- “이번 시험에서는 지난번보다 뭐가 좋아졌어?”
기업의 성과평가에도 똑같이 적용해 보자
이 관점을 기업에 그대로 가져와 보면 어떨까요?
“어제의 김 대리”와 “오늘의 김 대리”를 비교하기
성과평가를 할 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 시작합니다.
- 동료와 비교해서 더 잘했는가?
- 타 부서 대비 우리 팀 성과는 어떤가?
하지만 이 질문을 살짝만 바꿔 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작년의 김 대리와 비교했을 때, 올해 무엇이 더 나아졌는가?
- 지난 분기와 비교했을 때, 업무 방식이나 태도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이때 평가의 초점은 “누가 더 잘했냐”가 아니라,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됩니다.
직원의 발전을 평가해 주는 것 자체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결과는 결국 기업의 역량 강화로 돌아옵니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언어’로 인정해 주기
“작년보다 많이 늘었어”라는 말 한마디도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집니다.
- “이번 분기에는 고객 미팅 준비를 훨씬 체계적으로 하더라.”
- “전에는 숫자 정리가 약했는데, 이제는 자료 신뢰도가 훨씬 높아졌어.”
- “예전엔 문제 생기면 보고만 했는데, 이제는 해결 방안까지 같이 가져오네.”
이런 피드백은 직원에게 이렇게 들립니다.
- “아, 내 노력을 진짜로 보고 있구나.”
-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걸 누군가 인정해 주는구나.”
이 경험은 한 번의 보너스보다 오래 갑니다. “이 조직은 나를 키워주는 곳”이라는 감정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타 부서의 불행이 내 부서의 행복이 되는 순간
반대로, 우리가 계속 상대평가의 틀에만 갇혀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대평가가 만들어내는 독성 문화
언젠가부터 조직 안에 이런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 “타 부서가 헤매야 우리 팀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인다.”
- “저 동료가 이번에 조금 실패해 줘야 내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텐데…”
이런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 순간, 조직은 이미 건강한 방향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원팀’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서로의 실패를 바라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는 셈이죠.
평가 제도는 결국 ‘우리가 어떤 조직이 되고 싶은가’의 문제
평가는 단순히 점수를 매기고 보너스를 나누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조직이 되고 싶은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상대평가 위주의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서열을 중심으로 사람을 대우하겠다.” “남보다 뛰어나야 인정받는 문화를 유지하겠다.”
반대로,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기준으로 평가를 설계한다는 것은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장을 중심으로 사람을 대우하겠다.” “함께 더 나아지는 문화를 만들겠다.”
실무에서 어떻게 시작해 볼 수 있을까?
물론 제도 전체를 한 번에 갈아엎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은 질문 하나만 바꾸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평가 대화에서 바꿔볼 만한 질문들
- “이번에 왜 이 등급을 받았는지” 대신 → “지난해와 비교해서 무엇이 성장했는지부터 먼저 이야기해 볼까요?”
- “다른 동료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점은…” 대신 → “본인이 생각하는 어제의 나와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 “이번 평가의 아쉬운 점은…” 대신 → “내년의 나는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같이 그려볼까요?”
질문이 바뀌면 대화가 바뀌고, 대화가 바뀌면 조직의 공기가 바뀝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 결국에는 제도까지 바꾸는 힘이 됩니다.
마무리: 어제의 나와 싸우는 조직이 가장 강하다
성과평가의 부작용은 제도 이름 때문만은 아닙니다. 무엇과 비교하느냐가 더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우리는 자녀에게는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회사에서는 “동료와, 타 부서와, 다른 팀과”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이제는 기준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 평가의 비교 기준점은 동료가 아니라 어제의 나.
- 미래의 모습을 함께 설계해 주는 평가는 강력한 성장 동력.
- 직원의 발전은 곧 기업의 발전이며, 성장에 초점을 맞춘 평가는 조직을 단단하게 만든다.
타 부서의 불행이 내 부서의 행복이 되는 평가, 동료의 부진이 곧 나의 성과가 되는 평가를 계속 유지한다면, 그 조직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망가지는 길로 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오늘의 나”를 인정해 주는 평가를 선택하는 순간, 그 조직은 이미 더 건강한 내일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