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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대표님께 드리는 편지: 제조 스타트업에서 인사팀을 새로 꾸릴 때
형식: 편지글 / 주제: 제조 스타트업 인사팀 구성 · 시행착오 · 질문 리스트
대표님께,
인사팀을 새로 꾸리기 전에 “경험자에게 먼저 묻고,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대표님의 시도 자체가 저는 참 현실적이고 현명하다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인사는 ‘제도’처럼 보이지만, 막상 현장에 들어가면 사람·상황·타이밍이 전부라서요.
오늘은 대표님의 문의에 답하는 형태로,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관찰을 편지 형식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저는 포스코, LG데이콤, 현대오토에버 같은 대기업에서 20여 년 동안 예산·사업·전산 업무를 했고, 이후 콤텍시스템에서 6년 가까이 전략기획실장으로 있으면서 인사담당 임원 역할까지 맡게 됐습니다.
인사 업무가 제 책임으로 확장될 때, 영업부문장이 제게 했던 말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여기는 대기업 인사처럼 하면 안 됩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뼈아팠는지, 지금은 더 잘 압니다. 대기업은 조직이 시스템처럼 돌아갑니다. 일부 인원이 빠져도 조직은 계속 굴러가고, 충원도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브랜드가 있으니까요.
반면 중견·중소·스타트업은 한 사람의 공백이 곧 매출의 공백, 납기의 공백, 품질의 공백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제조 스타트업은 더 그렇습니다. 라인이 멈추면 ‘조직 분위기’가 아니라 현금흐름이 흔들리거든요.
제가 배운 현실
인사는 책처럼 정답이 있는 일이 아니라, “오늘 우리 조직에서 실제로 굴러가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지금 저는 오이사공을 창업해 대표로 있지만, 인사담당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겸직”이라는 말이 예쁘게 들릴 뿐, 실제론 인사/조직, 근태, 급여, 평가, 복리후생, 교육, 채용, 계약을 직접 다 만져봤습니다.
게다가 제가 서비스하는 부문이 HR시스템이라서, 단순 운영을 넘어 제도와 프로세스를 시스템으로 설계하고 개발·운영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사라는 게 더더욱, 제도가 아니라 운영이라는 걸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대표님, 제조 스타트업 인사업무는 보통 이런 순서로 부딪힙니다
1) 채용: “인사팀 일이 아니라 대표님 일입니다”
이름 없는 작은 기업에 사람들이 먼저 줄 서서 지원하진 않습니다. 채용사이트에 광고를 크게 걸면 클릭은 늘겠지만, 클릭이 입사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급여도, 복리후생도, 브랜드도 약하면 “지원할 이유”가 부족하니까요.
제가 내린 정의
채용은 인사담당의 책임이 아니라 대표의 책임입니다.
인사담당은 “채용 프로세스”를 관리할 뿐, “지원하고 싶은 회사 만들기”는 대표가 해야 합니다.
대표님이 할 일은 채용 공고 문구를 다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 회사는 지금은 작아도, 여기서 성장하면 내 커리어가 커지겠다.”
그 ‘이유’를 만드는 게 대표님의 채용 전략입니다.
2) 인사관리: 규정은 만들되, 실행은 현장이 합니다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각종 규정은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대표님, 여기서 한 번 함정이 있습니다.
규정과 행동은 별개입니다.
근태가 나쁜 직원을 보고 “규정대로 처리합시다”라고 말하는 건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작은 조직일수록 더요. 왜냐하면 제재는 늘 “일손 부족”이라는 현실과 맞붙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역할이 나뉩니다
- 인사팀: 규정 정비, 문서화, 절차 설계, 상벌 프로세스 운영
- 대표/조직장: 상·벌 결정 + 실제 현장 실행
즉, 인사팀이 “홍길동을 경고하자”라고 먼저 말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의 사정, 생산 일정, 대체 인력 여부를 아는 건 결국 대표와 조직장이니까요.
현실적으로 초기에는 “최소한의 인사정보 관리 + 급여 처리” 수준으로 굴러가는 경우가 많고, 그게 정상입니다. 다만 “최소한”을 방치하면 나중에 크게 터집니다. 그래서 최소한이라도 정확하고 일관되게 가져가야 합니다.
3) 인사평가: 제도는 인사팀, 판정은 대표·조직장
인사팀은 평가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가 맞습니다. 그런데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 판별하는 건 인사팀이 아닙니다.
평가에서의 역할 분리
- 인사팀: 기준, 도구, 일정, 프로세스, 기록의 공정성 관리
- 대표/조직장: 성과 판단, 인재 선별, 승진·급여 반영의 최종 결정
제조 스타트업에서는 더더욱 “현장이 납득하는 평가”가 중요해서, 평가의 핵심은 결국 대표와 조직장에게 있습니다.
4) 노무관리: 인사팀은 위반을 막지만, 위반은 보통 대표가 합니다
이 말이 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실제로 그렇게 봤습니다. 인사팀이 “근로기준법 위반을 하자”고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대표가 일정·인력·비용을 맞추려다, 혹은 ‘우리 조직 문화는 원래 이래’라며 밀어붙이다가 리스크가 생깁니다.
제조 스타트업에서 매일 부딪히는 노무 포인트
- 안전(산업안전) 이슈
- 근로시간
- 휴게시간
- 임금/수당
- 계약 형태
그래서 노무는 ‘사후 처리’가 아니라 ‘사전 예방’이 핵심이고, 이 예방은 대표님의 결단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5) 복리후생·교육·총무: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금방 티 나는” 영역
이 영역은 회사가 작을수록 더 애매합니다. 한 명이 HR도 하고 총무도 하고 교육도 하고… 그러다 보면 “중요한데 급하지 않은 일”이 계속 밀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직원들이 회사에 불만을 갖는 지점은 종종 여기서 터집니다. 작은 불편이 누적되고, 소통이 단절되면, “이 회사는 사람을 소모품으로 쓰나?” 같은 감정으로 번집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거창한 복지를 만들기보다, 불만이 반복되는 지점을 먼저 제거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대표님, 인사팀장(또는 담당자)을 뽑을 때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요?
대표님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 “과거에 무엇을 해봤냐”입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다만 저는 더 중요한 질문이 따로 있다고 봅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무엇을 할 건가요?”
이 질문에 답을 못하면, 경력은 있어도 스타트업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이 질문에 현실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면, 그 사람이 스타트업형 인사입니다.
제가 권하고 싶은 질문 리스트
- “우리 같은 제조 스타트업에서, 입사 후 3개월 동안 무엇부터 정리하겠습니까?”
→ 우선순위 감각(급여/근태 안정 vs 규정만 정비)을 봅니다. - “근로계약·취업규칙·근태·급여 중 지금 당장 리스크가 큰 건 무엇이며, 어떻게 줄이겠습니까?”
→ 법/실무 감각(근로기준법 기본 숙지는 필수)을 봅니다. - “대표가 어떤 ‘무기’를 줘야 인사팀이 성과를 낼 수 있습니까?”
→ 대표 권한/지원이 있어야 움직입니다.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세요. - “문제가 생겼을 때,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습니까?”
→ 인사는 원칙만으로도, 현실만으로도 망합니다. 균형 감각이 실력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원자에게 “보고서 형태로 제출해보라”는 방식도 추천합니다. 요즘은 AI를 써서 그럴듯한 문서는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면접에서 파고들면 금방 드러납니다. 중요한 건 문서가 아니라 생각의 구조와 현실 감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께 드리고 싶은 핵심 조언
대표님, 인사팀장은 “규정 지키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 문제를 현실에서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회계는 규칙이 강하고, AI의 도움도 큽니다. 하지만 인사는 사람마다 다르고, 사건마다 맥락이 달라서 AI에게 묻고 그대로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권합니다
“눈치 빠른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리스크를 동시에 보는 지능”을 가진 사람을 뽑으셔야 합니다.
대표님이 인사를 별 것 아닌 것처럼 보면, 인사는 반드시 대표님의 발목을 잡습니다. 반대로 대표님이 인사를 “대표의 일”로 받아들이면, 인사는 대표님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대표님의 인터뷰 시도는 그 출발점으로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제 글이 대표님의 인사팀 구성에 작은 힌트라도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