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은 힘들고 어쩔 수 없이 가는 부서”라는 인식을 바꾸고, 매출을 책임지는 전문가 영업조직을 만들고 싶은 인사팀장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기획·재무·전략 부서는 ‘브레인’으로 취급되고, 영업은 여전히 ‘현장, 고생, 감정노동’의 이미지에 묶여 있습니다. 그래서 우수 인재가 사무직으로만 몰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기업은 매출로 시작해서 매출로 끝납니다. 매출을 가져오는 사람, 즉 영업이야말로 기업의 심장입니다. 고객 앞에서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설명하고, 설득하고, 계약으로 연결하는 사람들. 이들이 가장 전문적인 집단이 되어야 기업이 성장합니다.

1. 영업조직이 왜 ‘전문직군’이어야 할까?

고객은 더 이상 “세일즈맨”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진짜로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 산업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입니다.

  • 자신들의 상황과 문제를 잘 들어주고,
  • 문제를 함께 정의(Define)해주고,
  • 현실적인 해법(Solution)을 제시해주는 사람

즉, 영업은 물건을 ‘밀어 넣는 직군’이 아니라, 고객 문제 해결을 설계하는 전문가여야 합니다.

2. 고객이 실제로 기대하는 영업인의 역량

미국 세일즈 전문기업 레인그룹(Rain Group)의 리서치에 따르면, 고객이 선호하는 영업인의 모습은 흥미롭습니다.

  • 4위 – Listening : 고객의 말을 깊이 있게 경청하는 사람
  • 3위 – Persuading : 원하는 결과가 가능하다는 것을 설득해주는 사람
  • 2위 – Cooperate : 함께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
  • 1위 – Educating : 고객이 몰랐던 인사이트와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

즉, 고객이 원하는 영업인은 듣고(Listen)–설득하고(Persuade)–협력하고(Cooperate)–교육하는(Educate)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비즈니스 전문가입니다.

3. 한국의 영업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관계 중심 영업(ABS)이 지배하는 현실

여전히 많은 조직에서 전문가 영업(Solution Based Selling)보다는 관계 중심 영업(Alcohol Based Selling)이 조직을 지배합니다. 술자리, 접대,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방식이죠.

이 문화의 문제는 명확합니다. 영업 담당자를 “조직의 핵심 리더”가 아니라 “소모품”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입니다.

왜 전문가 영업이 발전하지 못했을까?

한국 기업은 오랫동안 “영업이 크게 필요 없는 시대”를 지나왔습니다. 정치·권력이 중요했던 시기, 기업 성공의 핵심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아니라 인맥과 계열사 매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이른바 그룹사(Captive Market)가 매출의 핵심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처럼, 특정 IT서비스 회사는 그룹 내 계열사 매출만 확보해도 이미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을 뚫는 영업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죠.

4. 환경이 바뀌었다: 이제는 공부하지 않으면 ‘진짜’ 위험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회와 시장이 점점 더 투명해지고 공정해지면서, 권력·인맥 중심의 영업 구조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계열사라고 해서 무조건 수주를 보장받는 시대도 아닙니다. 실제로 입찰 과정에서 계열사가 탈락하는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를 아느냐”보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제안할 수 있느냐”가 영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동종 산업 내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이 점점 평준화되면서, 제품만으로 차별화하기가 점점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차이를 만들까요? 바로 영업인의 전문성입니다.

5. 영업교육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세 가지 전문성

인사팀이 영업교육을 기획할 때, 다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상품(Product) 전문성

가장 기본이지만, 여전히 중요합니다. 영업인은 자사 상품·서비스의 특징, 장점,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2) 산업(Industry) 전문성

진짜 차이를 만드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군 통신체계를 파는 방산업체 담당자라면,

  • 통신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 방위산업의 미래 트렌드, 정책 방향, 기술 변화

까지 고객에게 교육(Educate)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3) 영업(Sales) 전문성

상품과 산업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영업 그 자체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 Pain Point와 니즈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가?
  • 어떤 질문으로 고객의 니즈를 발굴할 것인가?
  • 구매 단계별로 어떤 질문과 메시지가 효과적인가?
  • 이기는 제안 전략은 어떻게 설계하는가?
  • 이기는 제안서·발표의 구조와 원리를 알고 있는가?

6. 인사팀은 영업교육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현장 중심 커리큘럼 설계

영업교육은 이론 강의만으로는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교육 커리큘럼을 설계할 때는 다음 요소를 적극 반영해야 합니다.

  • 실제 제안서·입찰 사례를 활용한 케이스 스터디
  • 상황별 질문 스크립트 연습과 롤플레잉
  • 실제 담당 고객을 기준으로 한 1:1 코칭 세션
  • 베테랑 영업인의 실패·성공 스토리 공유

대상자 수준별 맞춤형 교육

  • 신입·주니어 영업: 기본 상품 이해, 기본 질문법, 고객 미팅 매너
  • 시니어 영업: 제안 전략, 복수 이해관계자 관리, 장기 파이프라인 관리
  • 영업팀장·리더: 영업 코칭, 팀 파이프라인 관리, 조직 역량 빌딩

인사팀은 “영업 전체를 한 번에 교육한다”는 생각보다, 직급·역할별로 필요한 역량을 쪼개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인사팀장의 역할: 영업 전문가의 설계자

인사팀장은 이제 단순한 교육운영 담당자가 아닙니다. 영업 인재 전략을 설계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 우수 인재를 영업조직으로 유입시키는 채용·배치 전략
  • 영업커리어가 매력적인 경로가 되도록 만드는 승진·보상 체계
  • 실적에만 의존하지 않는 역량 기반 평가와 피드백
  • 실패를 학습 기회로 전환하는 조직 문화 구축

영업이 강한 회사는 흔히 “매출이 흔들리지 않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그런 회사를 만드는 출발점은, 인사팀이 영업을 가장 중요한 전문직군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8. 정리: 영업이 강해야 회사가 삽니다

요약하자면, 영업은 더 이상 “힘든 부서”가 아니라 “가장 전문성이 요구되는 핵심 직군”입니다.

  • 고객은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전문가를 원합니다.
  • 관계 중심 영업에서 솔루션·전문가 기반 영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 상품·산업·영업 세 가지 전문성을 중심으로 교육을 설계해야 합니다.
  • 인사팀장은 영업조직을 위한 교육과 인재 전략의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회사의 영업조직을 떠올려 보세요. 만약 “프로의 냄새”보다 “소모품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면, 지금이 인사팀이 움직여야 할 타이밍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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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장이 반드시 알아야 할 영업조직 구성과 교육기획 전략

2025. 11. 21
채연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