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of Contents

조직의 그늘에는 유령들이 숨어있다. 그들에게 햇빛을 주자

인사팀장은 제도 담당자를 넘어, 조직의 시야를 넓히는 “조명 담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유령 시나리오를 찾아내고, 그늘 속 목소리를 빛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 외부 불확실성보다 더 위험한 건, 내부에 굳어버린 암묵적 믿음일 수 있다
  • 유령 시나리오(Ghost Scenario): 다들 느끼지만 아무도 명확히 말하지 않는 “당연함”의 집합
  • HR의 첫 일: 사람의 태도보다 먼저 그늘을 만드는 구조를 찾기
  • 해법: “성역”을 명문화하고, HR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대비를 설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제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죠. 환율, 금리, 공급망, 기술 변화, 규제… 밖에서 벌어지는 일만 따라가도 숨이 찹니다. 그래서 많은 리더들이 미래를 더 열심히 예측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발목을 잡는 건 외부의 적이 아니라 조직 내부에 굳어버린 믿음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의 키워드

그 믿음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유령 시나리오(Ghost Scenario). 보이지 않는데 분명히 존재하고, 다들 느끼는데 아무도 정확히 말하지 않는 것. 딱 유령 같지 않나요?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왜 내부가 발목을 잡을까

미래 예측은 어렵습니다.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도 사람은 예측하고 싶어 하죠. 왜냐하면 예측이 되면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문제는 그 편안함이 때로는 위험한 진정제가 된다는 겁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불확실한 현실을 버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이건 변하지 않을 거야”라는 기둥을 세웁니다. 그 기둥이 전략과 투자에 안정감을 주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기둥은 기둥이 아니라 감옥의 철창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HR, 특히 인사팀장의 역할이 커집니다. 인사팀장은 사람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함께 믿고 있는 “당연함”을 봐야 합니다. 조직의 공기처럼 퍼진 믿음은 어느 날 갑자기 실적을 무너뜨리는 무형의 리스크가 되거든요.


유령 시나리오(Ghost Scenario)란 무엇인가

유령 시나리오란, 리더들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는 미래에 대한 암묵적 가정들의 집합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이죠.

  • “우리 제품은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존재야.”
  • “이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거야.”
  • “정부 규제는 지금처럼 우호적으로 갈 거야.”

겉으로는 전략적 판단 같지만, 사실은 “믿음”에 가깝습니다. 더 무서운 건 이 믿음이 사업계획서와 전략 문서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입니다. 숫자와 그래프 뒤에 ‘당연한 전제’로 숨어버리면, 그 순간부터 질문을 멈추게 됩니다.

“우리 제품은 대체 불가능해”라는 달콤한 확신

“대체 불가능”이라는 말은 정말 달콤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영원한 건 거의 없습니다. 대체 불가능하다고 믿는 순간, 조직은 고객의 미세한 불만을 무시하고 경쟁자의 작은 실험을 하찮게 보고 새로운 기술의 속도를 과소평가합니다.

사업계획서 안에 숨어있는 ‘당연함’의 정체

사업계획을 만들 때 우리는 보통 “전제”를 씁니다. 문제는 전제가 ‘전제’가 아니라 사실처럼 취급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이건 그냥 그렇잖아”라는 분위기. 모두가 동의하니 더 이상 검증하지 않는 것. 바로 그 지점이 유령의 집 입구입니다.


유령 시나리오가 위험한 이유: 눈가리개가 된다

유령 시나리오는 현재의 전략과 투자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됩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설명이 필요할 때 유령은 완벽한 방패가 되죠. 그런데 방패는 동시에 앞을 가리는 가면이 되기도 합니다.

변화의 신호는 대개 작고 조용합니다. 고객이 한 번 더 망설이는 순간, 현장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신입이 “이거 꼭 이렇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순간… 그런데 유령이 강하면 조직은 이런 신호를 이렇게 번역합니다.

  •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야.”
  • “원래 현장은 불평이 많아.”
  • “신입이 몰라서 그래.”

리더는 미래를 본다고 믿지만, 사실은 과거를 본다

조직은 성공했던 방식에 정이 듭니다. 하지만 시장은 감정이 없습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미래에 그대로 가져오면, 그 순간 성공은 유통기한 지난 지도가 됩니다. 지도는 있는데 길이 바뀐 상태랄까요?

‘근거 없는 희망’이 KPI를 이긴다

숫자는 불길한데 회의실 분위기는 낙관적인 장면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래도 이번 분기는 버틸 거야.” “경기만 풀리면 다시 올라올 거야.” 희망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희망이 검증을 이기면 KPI는 그저 위안을 주는 장식품이 됩니다.


인사팀장이 해야 할 첫 번째 일: 그늘을 만드는 구조를 찾기

“그늘에 숨어있는 그들”은 단순히 직급이 낮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조직의 그늘에는 이런 사람들이 숨어 있습니다.

  • 회의에서 말할 타이밍을 매번 놓치는 조용한 전문가
  •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지만 목소리가 위로 올라가지 않는 현장
  • 질문이 많지만 “눈치 없다”는 평가가 두려운 신입
  • 반대하면 ‘문제인력’이 될까 걱정하는 중간관리자

이들은 게으르거나 소극적인 게 아니라, 대개 구조적으로 빛을 못 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팀장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사람의 태도”를 고치기 전에, 그늘을 만드는 구조를 찾는 것입니다.

회의에서 모두가 고개 끄덕이는 순간을 기록하라

유령은 시끄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조용해요. 유령이 활개치는 순간은 대개 이런 순간입니다.

  • 누군가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라고 말했을 때
  • 모두가 별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 이견이 나오려다가 농담으로 흐지부지될 때

인사팀장은 바로 그 순간을 조직문화 데이터로 봐야 합니다. “왜 질문이 없지?” “왜 반대가 없지?” “왜 다들 같은 방향만 보지?” 이런 질문이 HR의 레이더가 됩니다.

“정말 그래요?” 한 문장이 햇빛이 된다

그늘에 빛을 비추는 건 거창한 제도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아주 짧은 문장 하나가 분위기를 바꿔요.

“정말 그러한가요?”

이 질문은 공격이 아니라 탐색입니다. 그리고 탐색은 안전해야 합니다. 누군가 다치지 않도록, 즉 체면이 망가지거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심리적 안전감을 설계해야 합니다. 햇빛은 따뜻해야지, 화상 입히면 안 되잖아요.


유령을 찾아내는 방법: ‘성역’에 이름표 붙이기

유령을 어떻게 찾아낼까요? 핵심은 ‘당연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조직 내에서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성역을 끄집어내는 진솔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전략회의·이사회 의사록·경영진 인터뷰의 활용법

  • 전략회의/경영회의 자료: “반드시/절대/항상/결국” 같은 단어가 반복되는지 확인 (검증되지 않은 확신의 흔적)
  • 이사회 의사록: 리스크 논의가 형식적이지 않았는지, 반대 의견이 실제로 기록되고 다뤄졌는지 확인
  • 경영진 인터뷰: “미래가 이렇게 될 거라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요?”를 질문해 근거가 데이터/경험/희망인지 구분

그리고 아주 중요한 장면이 있습니다. 모두가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바로 그 순간. 그게 유령일 가능성이 큽니다. “정말?”이라고 묻는 순간, 유령은 슬쩍 실체를 드러냅니다.

인사팀이 던질 7가지 질문 체크리스트

워크숍/인터뷰에서 바로 쓰는 질문

  1. “우리가 절대 안 바뀐다고 믿는 건 뭔가요?”
  2. “최근 2년 사이, 고객이 바뀐 지점은 뭔가요?”
  3. “현장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신호는 무엇인가요?”
  4. “우리 전략의 전제 중,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은 건 무엇인가요?”
  5. “경쟁사가 성공하면, 우리는 어떤 설명을 먼저 떠올리나요?”(합리화 패턴)
  6. “리더가 듣기 싫어하는 질문은 무엇인가요?”(금기 찾기)
  7. “만약 우리의 핵심 믿음이 틀렸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토론용이 아니라, 그늘에 있던 사람들에게 “너의 감각이 필요해”라고 말해주는 햇빛 같은 초대장입니다.


유령을 척결하는 방법: 시나리오 플래닝을 HR 방식으로

유령을 “식별”만 하면 부족합니다. 유령은 다시 숨어요. 그래서 필요한 게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특히 “유령을 식별하는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이 강력합니다.

HR 방식의 3단계

  1. 유령을 구성하는 믿음 중 불확실성↑, 영향력↑인 핵심 변수 2개를 고른다
  2. 두 변수를 축으로 2×2(4분면) 시나리오를 만든다
  3. 각 시나리오에서의 대응 전략(사람/조직/역량/제도)을 설계한다

핵심 변수 2개로 4개의 미래를 만드는 이유

변수는 20개도 뽑을 수 있죠. 그런데 20개를 넣으면 아무도 결론을 못 냅니다. 2개가 현실적인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람이 토론하고 결정할 수 있는 복잡도를 지키기 위해서예요. 2개는 단순하지만 충분히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 유령이 이런 가정이라면:

  • “AI 기술은 급격하게 발전할 것이다.”
  • “정부 규제 강도는 완화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축은 이렇게 잡을 수 있죠.

  • 축 A: AI 발전 속도(빠름/느림)
  • 축 B: 정부 규제 강도(강함/약함)

‘현재의 믿음’ 1개 + ‘빗나간 미래’ 3개를 설계하라

조직은 보통 “내가 믿는 미래”만 대비합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내 믿음이 틀렸을 때”를 대비하게 만들죠. 이건 겸손의 훈련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입니다.

인사팀장이 이 과정을 리드할 때 특히 강력한 이유가 있습니다. HR은 특정 사업부의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조직 전체의 언어로 조율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누가 옳냐”보다 “우리가 살아남냐”를 중심에 두기 좋습니다.


사례로 보는 시나리오 플래닝: 파제르(Fazer)의 전환

핀란드의 134년 된 소비재 기업 파제르(Fazer)는 유령 시나리오를 규명하는 방식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진행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매출이 줄면 어쩌지?” 같은 1차원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접근을 바꾸면서 더 근본적인 유령을 발견했습니다.

“안정적 공급”이라는 유령에서 깨어나다

그들이 갇혀 있던 유령은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하지만 AI의 도움을 받아 기후 변화가 작물 재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면서, 기후 변화를 단순한 ‘규제 이슈’가 아니라 ‘원자재가 사라져 사업의 존폐가 걸린 생존 이슈’로 재정의하게 됩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단어가 바뀌면 행동이 바뀝니다. “규제 이슈”라면 보고서로 끝날 수 있지만, “생존 이슈”라면 투자, 파트너십, 포트폴리오가 움직이기 시작하죠. 유령을 깨우는 건 결국 언어의 전환입니다.


인사팀장이 조직에 햇빛을 주는 실천 로드맵

이제 “그래서 HR은 무엇을 당장 할 수 있나?”로 가보죠. 인사팀장이 조직의 그늘에 햇빛을 주려면, 거창한 캠페인보다 작고 반복 가능한 루틴이 효과적입니다.

그늘에 있는 사람들: 침묵하는 전문가·현장·신입의 신호

조직의 중요한 신호는 보통 ‘작은 목소리’로 옵니다. 그래서 인사팀장은 다음을 습관처럼 수집해야 합니다.

  • 현장의 반복되는 작은 불편(절차, 고객 반응, 품질 이슈)
  • 침묵하는 전문가의 표정 변화(회의에서 말수가 줄어드는 지점)
  • 신입의 “왜요?” 리스트(귀찮은 질문이 아니라 미래의 레이더)
  • 중간관리자의 완충 멘트(“위에서 원래 이렇게 하래”가 늘면 위험 신호)

이 신호들을 경영진에게 “문제 제기”가 아니라 ‘시야 확장’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누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우리 가정이 틀릴 수 있다”로 프레임을 바꾸는 겁니다.

제도보다 대화, 대화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쌓기

햇빛은 한 번 비추고 끝나지 않습니다. 꾸준히 비춰야 합니다. 그래서 인사팀장은 이런 원칙을 잡으면 좋습니다.

  • 대화를 열었으면 작은 후속조치를 반드시 한다(작게라도 실행하면 신뢰가 생김)
  • 익명 채널만 만들지 말고, 실명으로 말해도 안전한 환경을 만든다(익명은 시작, 목표는 “안전한 실명”)
  • 유령을 지적하기보다 검증 실험을 제안한다(“틀렸다”보다 “시험해보자”가 덜 아픔)

조직문화는 포스터로 바뀌지 않죠. 행동으로만 바뀝니다. 인사팀이 햇빛이 되려면 “좋은 말”이 아니라 “작은 실행”을 반복해야 합니다.


결론: 유령이 아닌 ‘진짜 미래’를 보는 조직으로

유령 시나리오는 우리를 편안하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과거에 묶어둡니다. 그래서 인사팀장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조직 안에 숨어있는 ‘당연함’을 끄집어내고, 그늘에 있던 목소리들이 빛을 보게 만드는 것.

“정말 그러한가?”라는 한 문장, 성역에 이름표를 붙이는 인터뷰, 핵심 변수 2개로 만드는 4가지 시나리오,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후속조치. 이 모든 것이 모이면 조직은 유령이 현혹하는 가짜 미래가 아니라 진짜 미래를 보기 시작합니다.

오늘 회의에서 딱 한 번만 물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이 전제, 데이터로도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이, 조직의 그늘에 햇빛을 켜는 스위치가 될 수 있습니다.


FAQ 5

1) 유령 시나리오는 왜 특히 리더십 팀에서 강해지나요?

리더는 과거 성공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 경험이 강력한 확신을 만듭니다. 동시에 조직은 리더의 확신에 반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기 쉬워서, 검증 없는 믿음이 “상식”으로 굳어집니다.

2) 인사팀이 유령 시나리오를 다루면 “전략 간섭”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HR의 접근은 “평가”가 아니라 검증이어야 합니다. “틀렸다”가 아니라 “시험해보자”로 프레임을 잡으면, 전략 간섭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로 받아들여집니다.

3)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에서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익명 설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작은 그룹(예: 현장-중간관리자-스태프 혼합)으로 짧은 워크숍을 열고, “말한 내용이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후속조치를 실제로 보여주는 게 시작입니다.

4) 시나리오 플래닝은 시간이 많이 드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대규모 프로젝트로 시작하지 말고, 2시간짜리 미니 워크숍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핵심 변수 2개를 뽑아 4분면을 만들고, 각 시나리오에서 “당장 할 1가지”만 정해도 효과가 있습니다.

5) 유령 시나리오를 발견했는데도 경영진이 바뀌지 않으면요?

정면 돌파보다 “작은 실험”이 현실적입니다. 전제를 검증할 수 있는 파일럿(고객 인터뷰, A/B 테스트, 프로세스 변경)을 제안하고, 결과를 데이터로 제시하세요. 믿음은 말보다 증거에 흔들립니다.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공유하기

인사팀장이 할 일: 조직의 그늘에 숨어있는 그들에게 햇빛을 주자

채연 임